​군포그림책박물관 현상설계

현상설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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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라는 이름도 생소한 시설은 군포시청 옆 산중턱 땅 속에서 그 쓸모를 다하고 뭍혀있었다. 사업의 최초 기획자는 PUMP라는 제목으로 중앙 정부로부터 공모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받는데 성공한다. 상상력을 땅 밑에서 퍼 올린다는 컨셉으로 그림책 박물관을 제안했다. 책의 도시라는 슬로건을 꽤 오랫동안 유지했던 군포시는 국내 최초로 그림책 박물관을 유치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후 현상설계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공모전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짧은 기간 동안 아이디어를 짜내서 경쟁력있는 결과물을 낼 실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눈에 잘 들어오는 임팩트 있는 설계가 체질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순위권에 들지 못할경우 돌아오는 경제적인 부담감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참여하게 된 동기는 배수지와 관련된 사업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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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이 나오기 전부터 그림책 박물관의 사업 컨셉에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잊혀졌던 도시의 한 부분이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기회였기에 기존의 배수지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새롭게 채워가는 것에 무척이나 들떠있었다. 땅 속 오래된 콘크리트 박스를 찾아내서 건축적 생명력을 부여한다는 상상에 어떤 건축가가 관심을 갖지 않을까? 공모전을 준비하는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상상을 했다.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사하고 3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고민을 거듭했다. 당연하게도(?) 기존 배수지라는 콘크리트 박스를 어떤식으로 대해야 하며,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가 가장 큰 화두였다. 그리고 우리끼리는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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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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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에 시민들에게 물을 제공하던 배수지는 급수시설의 발전과 함께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다. 선유도가 공원으로 탈바꿈하여 시민들에게 돌아왔을때 그 곳이 정수장이였음을 드러냈던 방법들은 다분히 장소성을 보존하는 건축적인 접근이였고 건축학도로서 많은 영감을 받았던 작업이었다. 그리고 이번 현상설계는 배수지라는 장소의 해석 여부가 승부처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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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 가운데 마당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그림책 박물관이 건물의 주된 용도지만 결국 그 공간을 채우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중심에 야외공간을 크게 만들고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공공간을 생각했다. 우리는 물을 비우고 사람을 채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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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워낸 공간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또 하나의 주안점이였다. 기존 배수지 콘크리트 덩어리를 건축물의 정면으로서 드러냄과 동시에 그 밑으로 주 진입로를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 담아냈던 물이 산 밑으로 내려갔듯 이번엔 역으로 사람들이 위로 스며드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광장으로 들어선 이들은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서 중정을 휘돌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장면들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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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사업의 원작자는 상상력을 지하에서 퍼올리는 이미지에서 이야기를 출발했다. 지하에서 물을 퍼올리듯...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림책들이 샘솟는 장면들을 공상했을 것이다. 그 스토리를 우리는 최대한 직관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유리 박스가 기존 배수지 콘크리트 더미에 올라가 있는 형상을 그려냈다. 그리고 그림책들이 넘처나듯 유리박스(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빼곡히 그림책이 꽂혀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우리는 물을 비우고 상상력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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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우리는 보기 좋게 탈락했다.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우습게도 당선작을 비롯하여 순위권에 든 4개의 작업엔 기존 배수지를 드러내거나 보존하는 내용을 담은 팀은 없었다. 원작 기획자의 의도를 언급했던 작업도 없었다. 우리가 많은 밤을 지새며 토론하고 고민했던 건축적 화두는 심사의 중요한 관건이 아니였다. 결과가 공정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백 억원이라는 돈을 정부로부터 끌어올 수 있었던 매력적인 이야기가 작업의 출발선이 되지 않았고 판단의 주안점이 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선 원작자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심사위원들은 제대로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를 이해한 것일까? 아니면 심사 전날 시청에서 나눠준 과업지시서만 한 번 읽고 참여한 것일까? 당선작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실망감과 상심보다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적 가치가 다른 이들에게는 무의미할 수 있다는 괴리감이 컸다.

 

4년이 지나고서야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글을 적었다. 이제는 공사가 거의 완료되어 준공을 앞두고 있다. 얼마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운영하기 비교적 손 쉬운 도서관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박물관 등록의 여러 행정적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특별조정교부금으로 지원받은 100억원이 시민들을 위한 돈이였음을 감안한다면 어디까지 양해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부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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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및 순위권 작업, 출처: 군포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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