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상은 우리 삶의 터인 도시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압축 성장의 결과로 경제적 풍요로움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흔히들 현대 사회의 도시가 삭막하다고 뭉뚱그려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도시가 우리의 일상을 담을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음에 기인합니다. 집 테라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 인사하거나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를 들을 일이 없어졌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극단적으로 폐쇄적이고 집 주변에는 작은 공터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문화 예술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없습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차를 타고 멀리 이동해야 합니다. 도시에 공원을 많이 조성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공원을 걸어가는 길은 순탄치 않습니다. 좁은 통로에 온갖 장애물과 맞닥드려야 하고 자전거를 피해다녀야 합니다. 결국 공원을 가기 위해 자동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무엇보다 공원과 놀이터는 넓은 차로와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고립되어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차로 대변되는 속도와 효율이라는 허상은 도시가 인간을 중심으로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근본을 망각시켰습니다.

​이러한 도시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정치인들이나 정부 혹은 도시계획자들이 바꾸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국민들의 욕망을 편협하게 호도하려 하고 관성에 찌들어 있으며 숫자와 데이터로 바로 치환되지 않는, 명분이 부족한 것에 도전하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가성비와 효율이라는 설득하기 쉬운 자료 이면에 우리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자고 있습니다. 차로 한 차선을 줄여서 인도로 넓혀야 합니다. 도심지 가장 비싼 땅 한 가운데에 아이들의 도서관이나 미술관이 필요합니다. 공원은 차도가 아닌 넉넉한 산책로와 함께하거나 고층빌딩 숲 속 한가운데 자리해야 합니다. 보행전용로를 많이 조성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는 담장을 풀고 도시와 연결될 수 있는 많은 근거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수 십년간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했으며 선진국에서는 실제로 사람 중심의 도시로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도시를 변화시키려면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일부 결정권자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의식이 변화해야 합니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단골 메뉴처럼 나오는 개발 관련 공약이 얼마나 우리 도시를 망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도시는 몇 년안에 계획에서 시행까지 번개불에 콩궈먹듯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누군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져도 안됩니다. 도시공상은 전문가들의 그럴싸한 제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운동(Movement)으로 번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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