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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교 공중화장실

​건축설계/신축

2016

위치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대지면적    
410.0㎡                    
건축면적   9.75㎡              
연면적   9.75㎡            
용도   ​근린생활시설          
규모   1F 
설계    윤경숙, 차주협                   
구조   경량철골조           
외부마감   치장벽돌, 도장          
내부마감   치장벽돌        

하루라도 빠르게 설치해야 했는지 연락 온 다음날까지 계획안을 달라고 보채는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누르면 바로 나오는 자판기처럼 우리가 하는 일은 남들에게 그렇게 쉽게 비춰졌나보다. 어제 오늘일도 아니지만 건축가는 동네 바보형 역활을 자처 했으니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최대한 빨리 해보겠다고 전화를 끊은 후 들었던 자괴감은 인터넷을 통해 사이트를 찾아보고 갖은 상상을 하면서 온데간데 사라졌다. 타고나길 호갱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건축을 하는 걸까?  당장 다음달 사무실 월세 낼 돈이 궁해서 선뜻 수락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앞 뒤 가리지 않고 달려든 것도 사실이다.

공중화장실 설치 민원으로서 선택한 장소는 마침 수암천과 안양천이 합류하는 지점이였다. 워낙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고 다른 화장실과의 거리를 고려하여 선택한 곳이라지만 우리는 이 장소에서 해결해야 하는 또 다른 숙제를 찾았다. 단절된 천변 산책로와 도로의 보행로를 이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실현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감이 들었다. 화장실임과 동시에 보행로가 되어 길을 잇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발주처는 별 저항없이 받아드렸다. 변기 수를 하나라도 더 늘려달라는 일반적인 반응과 달라서 사뭇 어색했다.  이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줄 알았지만, 쉽게 갈 일은 아니였나보다. 사이트 대부분이 대지가 아닌 안양천에 속해 있기 때문에 국가하천의 시설물로서 받아야 할 행정적 절차를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홍수를 대비하여 건물의 바닥 레벨을 현재보다 수 미터를 돋와야 한다는 점도 현실성이 없었다.  이후 수개월간 여러 대안들을 생각해봤지만 결국 기존 장소로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다. 그 얼마 안되는 대지에 화장실을 모두 집어 넣어달라는 말과 함께.  

주어진 여건에서 최적의 안을 뽑아내는게 건축가의 미덕이려나? 어쩌면 어려운 조건 자체를 즐기는 변태적 성향이 모든 건축가들에게 필요한가보다. 몇 일을 고민해서 나름 괜찮은 방향이라고 잡아낸 계획안을 근거로 몇 주 내로 실시도서를 토해내야 했다. 번개불에 콩궈먹듯 볶아대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지만 뭐 어떠랴, 계획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토 달지 않았던 발주처가 고맙기까지 했다. 

 

대신 복병은 엉뚱한데 있었는데 천변길과 높이차를 버텨주던 기존 옹벽이 문제였던 것이다. 옹벽의 노후화가 심해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토를 달기 어려웠다. 그것도 시공사가 정해진 후에 이슈가 불거진터라 부랴부랴 토목 설계를 하고 옹벽 공사를 진행했다. 추가 예산은 확보가 불가능했고 일정은 꼭 맞춰야했다. 덕분에 일 억도 안되던 전체 공사비의 삼분의 일을 쏟아부었다. 금액이 턱 없이 부족했다. 이후의 일들은 누구를 원망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진행되었다. 토목 설계비에 대한 비용은 받지 못했다. 기존 옹벽 상태를 미리 알지 못했던 무능한 건축가라고 집어서 얘기하지 않았지만 건축 행위를 대행하는 자의 '대지의 안전'에 대한 현장 확인 의무를 들었다. 참으로 해야할 일, 챙겨야할 것도 많다.

 

감리계약은 하지 않았지만 가능한 자주 현장을 드나들었다. 우리가 선택했던 재료들과 시공 방법들은 예산의 부족과 공기라는 확실한 명분으로 손쉽게 바뀌었다. 외부 마감재, 내부 마감재, 외부 바닥 포장재, 난간, 조명 등... 내 건물도 아닌데 속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매 프로젝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응하기 힘들다. 남의 돈을 빌어다 남의 건물을 그려주지만 내 것 이상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갈증같은 감정을 다른 직업군에서도 가지는지 궁금하다. 이 글 역시 프로젝트가 끝나고 육 년이 지나고서야 정리되었다. 요즘은 건축가로서 프로젝트에 임하기 앞서 짜여진 판세를 본다. 들어가서 무언가 얻어갈 수 있는 분위기인지? 부품처럼 소모되면서 감정만 소모 되는 상황은 아닌지 살펴보게 된다.  돈(예산), 건축주의 성향, 프로젝트의 배경이나 기간 얼마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따지기 시작한다. 여유가 생겼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나고 보면 과거는 언제나 미숙해 보인다. 건물의 완성도보다는 필요한 곳에 길 하나 만들었다는데 의의를 두며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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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제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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