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보행성(walk-ability)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 차를 타는 대신 두 발로 도시를 거닐면 더 많은 만남의 기회를 갖고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호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이를 표현하는 적절한 구절이 있다.
"이 도시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길들의 계단 수가 얼마나 많은지, 주랑의 아치들이 어떤 모양인지, 지붕은 어떤 양철판으로 덮여 있는지 폐하께 말씀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말씀드리는 게 아무것도 말씀드리지 않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도시는 이런 것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도시 공간의 크기와 과거 사건들 사이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로등의 높이와 그 가로등에 목매달아 죽은 찬탈자의 대롱거리는 다리에서 땅까지의 거리 사이의 관계, 그 가로등에서 앞쪽 난간으로 묶어놓은 줄과 여왕의 결혼식 행렬을 장식했던 꽃 줄 사이의 관계... (중략) ... 창문 홈통의 기울기와 바로 그 창문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당당한 걸음걸이 사이의 관계... (중략) ...도시는 기억으로 넘쳐흐르는 이러한 파도에 스펀지처럼 흠뻑 젖었다가 팽창합니다. 자이라의 현재를 묘사할 때는 그 속에 과거를 모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도시는 과거를 말하지 않습니다. 도시의 과거는 마치 손에 그어진 손금들처럼 거리 모퉁이에, 창살에, 계단 난간에, 피뢰침 안테나에, 깃대에 쓰여 있으며 그 자체로 긁히고 잘리고 조각나고 소용돌이치는 모든 단편들에 담겨 있습니다."
도시가 보행성을 확보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상권의 활성화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상인들이 차량의 접근이 쉬워야 장사가 잘된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세계의 여러 도시가 보행 환경이 쾌적할 때 상권이 살아난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주민과 상점 사이뿐 아니라 주민과 상인 사이도 이어 준다. 커뮤니티가 회복되면 지역의 경제도 회복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공간의 효율적 이용이다. 차량은 사람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한정된 도심지의 공간은 도로를 메운 차량으로 낭비되고 있다. 자가용이 많아 교통 체증이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간 면에서도 낭비가 적지 않다. 우리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편해서가 아니라, 자동차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직접 운전하여 이동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보행 환경은 개선되어야 한다. 움직이지 않고 건강해질 방도는 없다. 도시의 건물과 이동 수단은 적극적인 신체 활동을 막는 방향으로 디자인되어 있지만, 거리가 보행성을 되찾는다면 주민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개인의 신체적 건강 증진은 정신적 건강 증진으로, 또한 사회적 건강 증진으로 이어진다. 걷기 좋은 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덧붙여 우리 도시는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이동 가능한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단 차를 없애고 길을 넓히고 경사를 낮춤으로써 도시 내에서 보행권을 확보하는 데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민주적인 도시 공간을 지향하는 보행환경을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