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8 (답사 1일째)
새벽에 출발해서 점심때가 되어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형식적인 PCR 검사(10만 원이나 한다 ㅠㅠ)결과서와 VISIT JAPAN이라는 WEBSITE에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부여 받은 QR코드를 준비해서 나름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왔다. 스카이 라이너를 타고 우에노 역에 도착하여 호텔이 있는 롯폰기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아직까지 대부분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있어 우리도 눈치껏 마스크를 썼다. 서둘러 호텔에 짐을 맡기고 츠루동탄 롯폰기점에서 엄청난 양의 우동으로 끼니를 때웠다. 배도 부르고 일본에 온 실감이 조금씩 나는 설렘을 안고 2020년 재개발되어 핫플레이스가 된 미야시타 공원으로 향했다.
MIYASHITA PARK (미야시타 공원)
시부야역에서 유명한 스크램블 교차로를 건너(일부러 2번 건너긴 했다) 두리번거리며 10분 정도 걸어서 미야시타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은 1930년에 현재의 위치가 아닌 Meiji Street, Yamanote Line, Udagawa river와 Shibuya river 사이에 위치했다. 지도를 열심히 살펴봤는데 우다가와 강과 시부야 강이 모두 복개되어 정확한 위치 파악은 못했다. 아무튼 이런 공원이 도쿄 올림픽이 열리던 1964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고 지상 공원으로 진구 거리 공원(Jingu Street Park)이라 불렸다. 그러다 시부야강이 배수로가 되는 공사 중에 지상 주차장이 만들어지면서 공원은 그 상부로 옮겨졌다.
[위키디피아 https://en.wikipedia.org/wiki/Miyashita_Park 참조]
안타깝게도 공원과 그 주변은 혼잡한 도심지에 평온한 쉼터가 되지 못하고 노숙자들의 성지가 되었다. 이러한 공원에 변화를 위해 2011년 스포츠 브랜드 Nike가 미야시타공원의 이름을 사서 '미야시타 나이키 공원'을 만들게 되었다. 옥상 공원에 스케이트 보드장, 카페, 클라이밍 월, 조경 및 휴게공간 등을 설치하며 리모델링했고 설계는 일본 건축가 Atelier Bow-Wow가 진행했다. 이 당시에는 기존 구조물을 최대한 활용하여 깔끔하게 공간을 정비하고 스포츠 공간을 제공하는데 그쳤다.
그러다 2020년 도쿄 올림픽과 시부야역 주변의 성장을 계기로 시부야구와 미쓰이 부동산이 협업하여 공원의 재개발이 진행되었다. 새로 조성된 공원은 부지 면적 약 1만 740㎡, 연면적 약 4만 6,000㎡, 총 길이 330m에 이르는 옥상정원이 있는 3층 규모의 ‘저층 복합시설’이다. 옥상에는 미야시타 나이키 공원으로 리모델링 되었을 때와 유사하게 스포츠 프로그램과 카페(스타벅스)가 들어섰고 공원 북측 끝에 4층부터 18층까지 'Sequence Miyashita Park'로 불리는 호텔이 생겼다.
[livejapan website 참조 https://livejapan.com/ko/in-tokyo/in-pref-tokyo/in-shibuya/article-a0004242/ ]
미야시타 공원은 크게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고 그 사이 1층 중앙으로 도로(Mitake St.)가 지나간다. 2층과 3층에서는 도로 위로 입체적인 계단과 브리지로 연결된다. 우리는 시부야역에서 걸어오다 공원의 남쪽 중 기존 육교와 만나는 계단을 통해 진입했다. 공원은 기존의 육교와 남쪽 중앙 부분과 북쪽 끝부분에서 연결되고 Mitake St.에는 교차로가 있어 보행으로 진입하기 좋다. 건물 곳곳에 계단과 엘리베이터 그리고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건물 외관에는 상가와 옥상정원을 감싸는 반원 형태의 굵은 원형 금속 파이프 캐노피가 있다. 이 캐노피를 따라 덩굴식물이 자란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 큰 나무를 심을 경우 지진 발생 시 철로를 덮치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서 도심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식물 캐노피가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디자인 호불호가 있어 우리 팀에서도 이 캐노피를 좀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고 재미있는 디자인 요소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Archdaily 참조]
건물 내부에는 상당히 고급 진 상가들이 자리하고 있고 1층 남쪽에는 훗카에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 지역의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시부야 요코초가 있다. 한국식으로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의 공간으로 시원한 생맥주와 맛있는 일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 보인다. 우리는 2층 카페에서 일본 특유의 달달하지 않은 커피와 음료를 사서 옥상정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도쿄에서는 스타벅스가 중요한 공공장소마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야시타 공원뿐 아니라 우에노 공원, 다이칸야마의 츠타야 티사이트 등등. 거리를 걷다 커피가 궁해 눈을 돌리면 보이는 것은 대부분 스타벅스다. 나중에 좀 찾아보니 일본은 카페 붐이 꺼져 커피를 아주 잘 하는 일부 카페만 살아남고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스타벅스가 대체하고 있다. 다양한 개인이 운영하는 개성 있는 카페가 많은 한국이 그리운 순간이었다.
[https://www.archdaily.com/971223/miyashita-park-nikken-sekkei 참조]
공원은 남쪽 끝과 북쪽 끝뿐만 아니라 긴 형태의 사이사이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진입할 수 있어 꼭 건물 내 상가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맘 편히 옥상정원까지 올라가 시부야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입체적인 공원이다. 옥상에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는 하지만 스케이트 보드장과 클라이밍 월이 있고 스타벅스와 호텔 4층의 분위기 있는 카페가 있다. 학생부터 중년 커플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들려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이다. 몇몇 청년들이 춤 연습을 하기도 한다. 시부야역 주변 고층건물 신축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고 공원 바로 옆으로 수도 없이 기차가 지나가지만 미야시타 공원은 크게 개의치 않고 주변 풍경을 즐기며 쉴 수 있는 여유로운 곳이다. 뉴욕 하이라인의 짧은 버전 같기도 하고 엉성한 서울로 7017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기도 하다.
노숙자들을 몰아내고 만든 공원은 이제 대부분의 공공(Public)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다. 공원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재개발 과정에서 어딘가로 떠났을 노숙자들이 안쓰럽고 고급 상점으로만 채워진 상가들에 맘이 불편하다. 지금도 개발이 한창인 비싼 시부야역 주변에 그래도 이 정도의 공공 공간이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우리 도시에도 이렇게 공공에게 열린 상업시설이 좀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 물론 그냥 공공 공간이면 더 좋겠지만.....
Copyright :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