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1 마쿠하리 베이 타운
블루 버틀 롯폰기점에서 핸드드립 커피와 아보카도 토스트로 럭셔리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마쿠하리 베이 타운으로 향했다.
마쿠하리 베이 타운
마쿠하리 역에 내리면 대규모 상업시설이 있다. 쇼핑몰을 통과하여 잔디와 조경이 잘 가꿔진 공원을 지나 보행 육교를 건너서 마쿠하리 베이 타운에 진입한다. 도쿄는 서울보다는 날씨가 좀 따뜻하고 공기가 맑아서인지 넓은 잔디 위를 뛰어노는 어린이가 많았다.
이 지역은 1960년대부터 도쿄의 도시 확장과 외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뉴타운 조성 대상지였다. 그러나 1979년부터 이 지역을 도쿄 주변의 베드타운 형태의 신도시로 조성하기보다는 직주근접형(같은 도시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형태) 신도시 주택지로 만들자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계획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마쿠하리 역을 중심으로 상업시설이 만들어졌고 바깥쪽으로 주택단지가 조성되었다.
마쿠하리 베이 타운은 1960년대부터 바다 일부를 매립하여 만든 땅에 세워졌다. 다양한 건축가와 사업자가 참여하되 Master Architect를 중심으로 한 설계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제시한 프로젝트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1층에서 바로 개별 세대로 진입하는 연도형 주택과 중정형 주택을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고층 고밀의 단지형 개발이 아닌 중저층 고밀의 중정형 집합주택을 계획했다. 중정형 주택은 남향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는 개발 방식이다.
공공이 주도하고 지방 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 개발업자 등 다양한 사업 주체의 참여로 진행된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으로 모든 개발 사업 참여 주체의 건축 행위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여러 사업 지구로 나뉘어 있는 대규모 주택 지구의 디자인을 일관성 있게 계획한 대표 사례이다. 그리고 사업 계획 조정위원 방식을 채택해 사업 주체와 개발 주체 중간에서 사업 취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이 역할은 지바현과 민간이 각각 지분을 출자해 만든 제3의 기구인 지바현 기업청이 맡았다. 기업청은 도심형 주택의 혁신을 의도한다는 차원에서 도시계획 전문가인 공학원 대학의 와타나베 교수와 전 건설성 주택과 부장을 역임한 미노하라 케이를 사업 계획 조정위원으로 위촉하고 사업 추진을 총괄하도록 했다.
[출처 : MA와 하우징 디자인/공동주택연구회 지음]
1983년에 세워진 1차 마스터플랜은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 개발과 유사하게 남향의 평행 및 분산 배치로 단지의 성격이 강하다. 이때부터 도쿄 주변 신도시로 조성하기보다는 직주근접형 신도심 주택지로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1989년에 이루어진 2차 마스터플랜부터 '일상적인 생활공간의 구현과 확장'이라는 테마로 단지 방식을 탈피하고 가로와 건축의 관계에 주목하고 길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단지형 공동주택 개발이 많지 않다. 일본도 마쿠하리 베이 타운과 같은 방식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어우러진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단지 방식을 탈 비하는 신도시 개발 시도는 이후의 집합주택 계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90년에 완성된 3차 마스터플랜에서는 단위 주거의 분배 조정, 임대와 분양의 분배 조정, 상가 활성화 방안, 점포 병용, 주택 적용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조정했다. 마쿠하리 베이 타운은 1995년에 준공되었고 1층은 상가, 주차장, 또는 공용공간 등이 있고 2층부터 7층까지가 주거공간이다.
우리나라의 1기 신도시와 비슷한 시기인 1995년에 준공된 도쿄의 신도시 마쿠하리 베이 타운의 30년 가까이 된 모습은 차분하고 깨끗했다. 우리가 도착한 오전 10시의 거리는 한산하고 상점들도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하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보행로와 차로의 단 차이가 없어 보행하기가 무척 편했다. 도시가 대체적으로 평탄해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단지 내부에는 자동차 주차장 만큼 넓고 잘 관리된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공원에서 육교를 건너면 도로변을 따라 1층에 상가가 조성된 중정형 단지들이 줄지어 있다. 30년 전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전체적인 건물 디자인이 요소가 너무 많아 산만해 보였다. 그중 미국 건축가 Steven Holl이 설계한 단지는 적절한 색상과 형태 그리고 개성 있는 공용 시설과 조경공간으로 디자인 완성도가 높았다. 그리고 도로의 여러 방향에서 단지 중정으로 진입할 수 있어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의도에 맞게 폐쇄적인 단지가 아닌 길을 만들어 주변과 어울릴 수 있도록 계획했다. 대부분의 단지들은 중정에 주차장과 조경 및 휴게공간이 위아래 수직으로 구분되어 설치되었지만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달리 중정은 외부인에게 폐쇄적이다. 단지마다 도로에서 중정 사이 시각적 연결은 가능하지만 물리적으로는 잠금장치를 설치해서 진입할 수 없다. 더 안타까운 점은 중정의 디자인이 조잡해고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단지 거주자들도 잘 사용하지 않아 보인다.
분명 중정형 중층 고밀의 도시는 고층 고밀로 조성된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보다는 편안하고 덜 폐쇄적이다. 하지만 격자형의 반복되는 단조로운 도로 모습과 직주근접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떨어져 있어서 상가도 활성화되지 않고 거리에는 활기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굉장히 눈에 띄는 새로운 풍경을 만났다. 바로 담장이 없는 초등학교다. 마쿠하리 베이 타운에는 2개소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둘 다 저층(2층)의 건물로 대부분의 교실은 1층에 있고 실내 활동이 외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되어있었다. 도로에서 여러 방향으로 학교를 관통하는 출입구도 있고 운동장은 도로와 자연스러운 조경으로 분리되지만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노는 모습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높은 담장이 학교와 도시를 단절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학교 모습과 무척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결론적으로, 마쿠하리 베이 타운은 기대만큼 혁신적이거나 새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신도시가 만들어진 과정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강력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적용이다. 사업의 주체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좀 더 좋은 주거환경과 이곳에 정착할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는 오랜 기간에 걸쳐 변경하면서 만들었던 섬세한 계획과 정책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단기간에 1기 신도시를 만들었던 우리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건물의 형태가 중정형으로 동일하지만 각 건물마다 서로 다른 건축가가 참여하여 다양한 재료와 색상의 개성 있는 건축물을 만든 것도 획일적인 우리의 아파트 단지와는 크게 다르다. 모든 단지의 중정이 길로 통하지는 않지만 일부 단지와 학교가 길이 되어 주변과의 소통을 이룬 것도 강력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덕분이다.
대한민국의 1기 신도시는 단지형의 고층 고밀로 개발되었다. 그리고 그 후의 단지들은 더 폐쇄적이고 더 높게 개발되면서 주변 도시와의 관계성을 고려하지 않고(고려할 필요가 없게) 개발되고 있다. 마쿠하리 베이 타운이 이상적인 도시는 아니지만 연도형 주택과 중정형 주택의 실험은 배울 점이 많다. 새로운 도시형 주거 단지를 만들면서 단지형 개발이 아닌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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