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가득한 도로
인덕원역 주변의 보행자들은 겹겹이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반대편 코너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인지할 수 없다. 취객들이 비틀거리며 도로를 걸으면 차들이 그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클랙슨을 울려 댄다.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안건은 불법 주차 문제를 개선하는 일이다. 주차된 차량의 소유자는 대부분 인근의 상업시설 이용객, 상가 임차인, 지역 원주민, 그리고 학의천 건너편 산업단지 근무자들이다. 신 도심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왜 이곳에 차를 세울까? 주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덕원역 주변의 주차비가 더 저렴하고, 주차비가 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 도심에 비해 구 도심의 주정차 단속이 느슨하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탓에 인덕원역 근방의 주민들은 열악한 보행 환경이 주는 불이익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넓은 도로는 자동차만을 위한 공간이다.
흥안대로는 인덕원사거리와 금정고가차도 사이를 잇는 너른 길이다. 차도 너비는 거의 60m에 이르지만 인도의 너비는 그에 비해 굉장히 좁은 7m이다. 그 위에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입구, 구두 수선집, 각종 기반 시설 설치물, 자전거 도로 등이 모두 자리하고 있는 데다 상점 광고물까지 더해져 매우 혼잡하다. 결국 온전히 보행에 이용되는 너비는 겨우 2m 남짓이다. 오히려 중앙 조경 분리대의 폭이 보행 도로의 폭보다 더 넓다.
우리는 여유로운 보행공간을 공상한다.
쾌적한 보행 환경을 확보하려는 것은 단지 미관상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여러 도시들의 사례를 보면 여유로운 보행 공간은 생명력 있는 도시를 만드는 첫 단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흥안대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순수 보행로의 폭을 6m 이상 확보해야 한다. 녹지 공간은 보행로와 차도 사이에 설치하고 휴게 시설을 포함하도록 한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휴식 및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자전거 도로는 보행로 바깥쪽에 두고 차로와 안전하게 구분하도록 한다. 대중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위하여 버스 중앙 차로와 교통섬을 만들어 정류장을 옮긴다.
2022.02.28 비그라운드아키텍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