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주거지를 고를 때 가까이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그들에게 있어 하천은 삶의 필수 요소였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하천은 제어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의 ‘하천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도 하천은 각각 관리의 대상과 방재 시설일 뿐이다. 하천을 기능적인 면에서만 바라본 결과 전국이 콘크리트 수로로 도배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직강화 뒤에 하천 위를 덮어 주차장으로 이용한 사례도 허다하다.
<안양시 수암천을 직강화하여 복개주차장으로 사용했던 모습>
<복원된 수암천: 대부분의 도심지 하천은 콘크리트 벽으로 둘려쌓여 도시와 연결되지 않고 있다>
물은 단순한 자원 이상이다. 하천은 생활 터전의 일부다. 도시 공간과 수변 공간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현대의 도시 계획은 워터프론트(waterfront)*를 디자인하고 자연 하천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수변 공간이 훌륭한 휴식 공간이라는 점을 주목하는 도시가 늘어나는 추세다. 흐르는 물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청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촉각적으로 친숙함을 선사한다.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은 그리하여 물가로 모인다.
안양의 수암천 대부분의 구간이 복원된 후 10년 가까이 지나도록, 우리는 이 하천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못했다. 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주민들이 수암천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수암천을 둘러싼 풍경은 더 유려해져야 한다. 하천이 주는 혜택이 더 많은 주민들에게 돌아갈 미래를 공상해 본다.
<복원된 독일의 이자르강>
이자르강은 독일 뮌헨을 통과해 도나우강으로 유입되는 총 길이 289km의 하천이다. 20세기 초에 홍수를 막고자 인공 제방을 쌓아 직선 수로를 조성하였는데, 홍수 피해는 더욱 심각해졌고 수질마저 떨어졌다. 복원 노력은 1989년부터 시작되었다. 8km 구간을 우선 복원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조사단을 꾸려 10년간 철저히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10년에 걸쳐 3단계 복원 공사가 이루어졌다. 원래의 모습대로 굽이굽이 돌아 흐르게 된 강은 홍수를 더 잘 막아 냈다. 수질이 좋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시행했던 토목 사업은 효과적인 해답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연 상태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 하천 개발의 가장 좋은 방향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도심지 하천을 복원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천 주변의 사유지를 수용하는 과정이다. 유럽 국가들도 이런 개인 재산을 매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지자체장의 임기 기간과 묘하게 맞물려 있는 대한민국의 천 복원 기간은 너무 짧다. 아마도 제대로 된 자연 환경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성격 보다는 치적 사업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천을 복원하는 것은 도시의 맥락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세밀하고 정교한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삼덕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일부 수암천 복원 구간: 모범적인 도심지 하천 복원 구간으로 뽑힌다>
2020.02.28 비그라운드아키텍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