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역 앞에는 사람을 담을 공간이 없다
1905년에 안양역이 개통되면서, 안양시에는 처음으로 발달된 교통 체계가 들어섰다. 운반과 수송이 원활하다는 지리적 이점에 힘입어 안양시 상업 경제 규모의 약 70%가 안양역과 그 주변에 집중되었다. 안양시는 이곳의 발전을 원동력으로 삼아 수십 만의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안양역 부근은 안양시 역사의 가장 중요한 축(axis)으로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장소이다. 이 장소는 오랜 시간에 걸쳐 피워 온 이야기가 잠들어 있는 곳이며, 앞으로도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이 쌓여 나가야 할 곳이다. 그러므로 이곳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어야 한다. 장터를 열 수 있어야 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이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안양역 앞에는 그러한 공간이 없다. 사람 대신 자동차가 빼곡하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풍경인가!"
안양역을 빠져나와 길을 찾던 이들은 순간 어리둥절해진다. 맞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횡단보도가 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앞의 풍경도 당혹스럽다. 로터리를 끼고 분주히 달리는 자동차들 너머로 시외버스 정류장의 혼잡함이 겹쳐진다. 그 옆으로는 공영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사가 중단된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하고도 흉물스러운 건물은 이 모든 혼란스러움의 정점이다. 이 모습이 전철과 지하철을 타고 안양시를 찾아온 사람들이 보게 되는 첫 광경이다. 여행의 고단함을 달랠 수 있는 편안한 쉼터라고는 한 뼘만큼도 없다. 돈을 내야 앉을 수 있는 상가들만이 유일한 휴식처다.
2020. 2. 28 비그라운드아키텍츠